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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메주 발효 시 주의해야 할 점 – 곰팡이 관리와 위생 팁

 

 

 

메주 발효 시 주의해야 할 점 – 곰팡이 관리와 위생 팁

 

 

 

 

전통 장류 문화의 핵심 재료인 메주는 발효식품이라는 특성상 매우 민감한 제조 환경을 요구한다. 메주를 띄우는 과정은 단순히 콩을 쪄서 덩어리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온도, 습도, 공기 흐름, 위생 상태가 발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곰팡이의 종류와 증식 정도에 따라 된장과 간장의 맛과 품질이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메주 발효 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위생 관리와 곰팡이 대응법에 대해 다룬다.


1.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 모두 곰팡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곰팡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발효식품에서 일부 곰팡이는 필수적인 존재다. 메주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미생물군은 대체로 바실러스 속(Bacillus subtilis)을 중심으로 한 세균과, 일부 고초균계 미생물이다. 그러나 여기에 불필요하거나 유해한 곰팡이가 침투하면 장류의 품질이 저하될 뿐 아니라 식중독이나 부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곰팡이의 ‘유익성’과 ‘위험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좋은 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메주 표면에 나타나는 곰팡이, 모두 제거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메주 표면에 발생하는 흰색 곰팡이는 대부분 유익한 균류로 간주된다. 특히 ‘코지균’으로 알려진 Aspergillus oryzae 계열은 된장의 감칠맛과 향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곰팡이는 흰색 또는 연한 노란색을 띠며, 부드러운 솜털처럼 자란다.

그러나 메주에 검은색, 초록색, 붉은색 곰팡이가 생긴다면 이는 위험 신호다. 특히 검은 곰팡이는 Aspergillus niger 등 독소를 생성할 수 있는 균일 가능성이 높고, 붉은 계열 곰팡이는 식중독 유발 가능성도 있어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곰팡이는 냄새도 퀴퀴하고 악취를 동반한다는 특징이 있다.


3.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한 위생 관리의 핵심 포인트

① 손과 도구의 철저한 소독

메주를 빚을 때 가장 먼저 위생 상태를 점검해야 할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손에 남아 있는 세균이나 불순물이 콩 반죽에 섞이면서 유해 곰팡이 증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방식이라 하더라도 손 소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사용하는 도구(절구, 보자기, 매달기용 새끼줄 등) 또한 끓는 물에 삶거나 알코올로 닦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발효 공간의 청결과 통풍 유지

메주는 일반적으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자연 발효시킨다. 이때 발효 장소에 먼지, 습기, 해충, 동물 배설물 등 오염 요소가 있으면 곰팡이 오염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발효 공간은 환기가 잘되는 동시에 외부 먼지와 벌레가 들어오기 어려운 조건이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1일 1회 환기를 통해 공기 정체를 방지해야 한다.

③ 습도와 온도 조절

곰팡이는 습한 환경에서 잘 번식한다. 따라서 메주를 띄우는 과정에서는 습도를 607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습한 날씨가 이어질 경우, 메주를 바람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거나 제습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온도는 2025도 사이가 이상적이며, 급격한 온도 변화는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4. 발효 중 곰팡이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

곰팡이가 생긴 메주를 무조건 버릴 필요는 없다. 흰 곰팡이나 약간의 연한 녹색 곰팡이는 표면만 제거한 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붉거나 검은 곰팡이는 단순히 겉을 제거한다고 해도 내부로 뿌리가 뻗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위는 과감히 잘라내고, 메주의 나머지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이외에도 곰팡이 발생이 잦은 경우, 메주 전체를 된장 숙성 단계로 조기 전환하거나 다시 건조시키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5. 최근 도입되고 있는 위생 기술들

현대 발효 장 제조 현장에서는 위생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주를 진공 포장 후 제어된 온습도 환경에서 발효시키는 ‘클린룸 발효’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항균 천, 탈취 소재 등을 활용한 ‘위생 보자기’도 일부 장인들 사이에서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6.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발효, 과학적 관리가 필요하다

전통 메주 발효는 자연에 맡기는 공정으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민감한 생물학적 균형이 존재한다. 곰팡이는 발효의 동반자일 수도 있고, 방해자일 수도 있다. 그 경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통을 계승하는 길이다.


결론 – 좋은 메주는 곰팡이로부터 자유롭다

메주의 품질은 단지 맛과 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효 기간 동안 얼마나 위생적으로 관리되었는지, 어떤 미생물이 자라고 어떤 곰팡이가 배제되었는지가 메주와 장류의 궁극적인 품질을 좌우한다.

장독대에 걸려 바람을 맞으며 띄워지는 메주 한 덩이에도, 사실은 치밀한 위생과 과학적 배려가 스며 있어야 한다. 전통을 지키는 일이 곧 기술을 더하는 일이 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장맛’이 완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