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발효식품의 뿌리인 메주는 특유의 깊은 향과 강한 냄새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냄새는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고향의 향기일 수 있으나, 생소한 이들에게는 불쾌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메주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치즈보다도 더 독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메주의 냄새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단순한 ‘썩은 콩 냄새’가 아닌, 복합적인 화학 변화의 결과로 탄생하는 이 향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본다.
1. 메주의 냄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메주는 삶은 콩을 으깨 덩어리로 만든 후, 자연 상태에서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쳐 발효시킨다. 이때 주변 공기 중의 다양한 미생물, 특히 바실러스 속(Bacillus subtilis)을 포함한 유익한 균들이 콩 속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화합물, 특히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이 생성되며, 이들이 메주 특유의 냄새를 만들어낸다.
2. 주요 냄새 성분 분석
① 암모니아 (Ammonia)
메주 발효의 중후반에 들어서면 가장 강하게 감지되는 냄새 중 하나가 바로 암모니아다. 바실러스 균은 콩 속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아미노산을 생성하고, 이 중 일부는 탈아미노화 반응을 통해 암모니아로 변환된다. 암모니아는 자극적인 알칼리성 냄새를 유발하며, 메주 숙성실에 들어섰을 때 '찌릿하게' 코끝을 찌르는 향의 정체이기도 하다.
② 이소발레르산 (Isovaleric acid)
이소발레르산은 발효 치즈, 낫토 등에서도 발견되는 지방산으로, ‘치즈 냄새’, 혹은 ‘발 냄새’와 비슷한 특유의 강한 향을 만들어낸다. 메주 발효 시 바실러스 균이 류신(leucine)이라는 아미노산을 분해하면서 생성되며,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성분은 동시에 메주의 감칠맛 형성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소만은 아니다.
③ 페놀 계열 화합물 (Phenolic compounds)
메주 발효 중 생성되는 또 다른 냄새 성분은 페놀류이다. 특히 4-에틸페놀(4-ethylphenol), 4-메틸페놀 등의 화합물은 약간의 약취나 소독약 같은 냄새를 유발한다. 이는 일부 훈연향과 유사하게 느껴져 오히려 풍미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한다.
④ 황화수소 및 기타 유황 화합물
황화수소(H₂S)는 ‘썩은 달걀 냄새’로 잘 알려진 기체다. 메주에서는 초기 발효 과정에서 일부 혐기성 조건이 발생할 경우 미량 생성되며, 휘발성 유황 화합물(예: 메틸메르캅탄, 디메틸설파이드 등)도 함께 생성된다. 이들 화합물은 냄새를 더욱 복잡하고 강렬하게 만든다.
3. 냄새의 강도는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메주 발효에서 냄새의 정도와 특성은 발효 온도, 습도, 공기 유통 상태, 사용된 콩의 품질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 빠르게 발효된 메주는 암모니아 발생이 급격해질 수 있고, 반면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된 메주는 상대적으로 순한 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미생물의 종류와 군집 구성도 냄새 성분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 전통적인 흙벽돌 방에서 띄운 메주와 현대식 발효실에서 띄운 메주의 향이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미생물 군집이 다르기 때문이다.
4. 냄새를 줄이기 위한 노력
현대에는 메주의 냄새를 조절하거나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 제어된 발효 환경
메주 발효실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공기 순환을 원활히 해주면 불필요한 부패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이는 암모니아와 유황 화합물의 생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② 미생물 스타터 활용
균일하고 바람직한 발효를 유도하기 위해 특정 유익균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균의 순수 배양균을 활용하면 메주의 향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과도한 이소발레르산 생성도 억제할 수 있다.
③ 숙성 후 냄새 제거 공정
일부 현대 된장 공장에서는 메주 냄새를 줄이기 위해 숙성 후 저온 저장이나 냉풍 건조 과정을 거쳐 휘발성 성분의 일부를 날려보낸다. 또한 일부 업체는 숯이나 제올라이트와 같은 흡착제를 사용해 냄새를 흡수하기도 한다.
5. 메주의 냄새는 전통의 향기일까, 넘어서야 할 한계일까?
전문가들은 메주의 냄새를 단순한 결점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수세기 동안 한국 장류의 깊은 풍미를 지탱해온 핵심 요소로 인식한다. 다만 현대 소비자의 취향 변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냄새를 일정 수준 조절하거나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 소비자들에게 메주와 된장의 특유의 향이 ‘이국적인 발효 풍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문화적 스토리텔링과 미각 교육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론 – 메주의 향, 발효 과학의 결정체
메주의 냄새는 단순한 불쾌한 향이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과 효소 반응이 만들어낸 복합적 발효 향기다. 그 향 뒤에는 과학적 원리와 수백 년의 발효 지혜가 숨어 있다.
향후 메주가 세계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향을 이해하고 조율하려는 과학적 접근과 함께,
그 가치를 다시 해석하는 문화적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
메주의 향은 지나간 시간의 냄새이자, 미래로 향하는 한국 장문화의 상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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