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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전통에서 미래로: 조선시대 메주 제조법, 현대의 발효 과학을 만나다

한국 장(醬) 문화의 시작, 메주

한국 전통 음식에서 된장과 간장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메주’에서 시작된다.

메주는 단순한 발효식품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는 것이 연례행사였고,
이는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날 장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자연이 제공하는 환경에서 발효를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메주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옛 문헌을 통해 조선시대 메주의 제조 과정과 장 담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전통에서 미래로: 조선시대 메주 제조법, 현대의 발효 과학을 만나다

 

옛 문헌 속 메주의 기록, 조선시대의 발효 과학

조선시대의 메주 제조법은 여러 문헌에 남아 있다.
특히 《산가요록》, 《임원경제지》, 《조선왕조실록》 같은 기록을 보면,
그들이 어떻게 자연 발효를 이용해 장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산가요록》 – 17세기 가정의 메주 제조법

조선 중기 전유형(田裕亨)이 저술한 《산가요록》은
당시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지침을 담고 있다.

책에는 메주 제조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콩은 한겨울이 오기 전(11~12월)에 삶아야 한다.
삶은 콩을 찧어 덩어리로 만든 후, 온돌방에 걸어 자연 발효시킨다.
메주를 띄우는 과정에서 황색 곰팡이가 생겨야 좋은 된장이 된다.

이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에도
자연 발효 환경을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임원경제지》 – 조선 후기의 과학적인 발효 관리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徐有榘)가 집필한 《임원경제지》는
당시 농업과 음식 문화를 연구한 중요한 문헌이다.

여기서는 메주 발효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메주는 일정한 온도에서 띄워야 발효가 균일하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건조해야 한다.
습기가 많으면 곰팡이가 과도하게 생겨 맛이 나빠질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이미 균일한 발효를 위한 노하우가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선왕조실록》 – 왕실의 장 담그기 문화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왕실에서 장을 담그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왕실에서는 최고의 장을 만들기 위해
가장 품질 좋은 콩을 선별하고,
메주를 띄우는 과정을 엄격히 관리했으며,
발효된 장을 제례와 왕실 요리에 사용했다.

이처럼 메주는 단순한 발효식품이 아니라
국가적인 의례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식품이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메주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조선시대의 메주 제조 과정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연을 이용한 전통 방식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했다.

① 콩 삶기 – 메주의 시작

좋은 메주는 좋은 콩에서 시작된다.
수확한 콩을 깨끗이 씻어 불린 후, 큰 가마솥에 삶는다.
삶는 시간은 콩이 손으로 으깨질 정도가 될 때까지.

조선시대 사람들은 콩을 너무 오래 삶으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② 메주 빚기 – 발효를 위한 형태 만들기

삶은 콩을 찧어 덩어리로 만든다.
네모난 벽돌 모양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지역에 따라 둥근 모양도 있다.
너무 크면 발효가 어렵고, 너무 작으면 쉽게 부서진다.

③ 메주 띄우기 – 자연 발효의 마법

짚으로 메주를 묶어 따뜻한 온돌방에 걸어둔다.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황색 곰팡이가 생기며 발효가 진행된다.
발효가 잘되면 특유의 된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메주에서 나는 냄새가 강할수록 좋은 된장이 된다”라고 믿었다.

④ 장 담그기 – 메주의 완성

잘 발효된 메주는 소금물에 담가 간장을 만든다.
오랜 시간 숙성하면 된장과 간장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왕실에서는 3년 이상 숙성한 된장을 최고로 여겼다.

오늘날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과정과 거의 비슷하다.


현대에서 다시 주목받는 전통 발효법

최근 전통 발효 음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된장과 간장은 미생물이 살아 있는 건강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여 장 건강에 도움을 주며,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항산화 물질이 면역력 강화에 기여한다.

이제는 과학적으로도 조선시대 사람들이
왜 이 전통을 지켜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통이 미래가 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법으로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갔다.
그리고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옛 문헌 속 메주 제조법을 보면,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자연 발효를 활용했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그는
슬로우푸드(Slow Food)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통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과학과 결합한 전통 발효법은 미래의 건강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전통 메주를 다시 조명할 시점이 아닐까?